Steam을 떠나 Poki로? 인디 개발자가 웹게임을 다시 보는 이유
OrangePixel의 개발자는 오래된 하드디스크를 뒤지다가 2015년 무렵 만들었던 게임들의 HTML5 버전을 다시 발견했다. 당시에는 Chrome OS와 Firefox OS용으로 만들었던 실험적인 웹 버전이었지만, 약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실행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가능성이 커져 있었다.
이 영상의 핵심은 단순히 옛날 게임을 복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발 비용과 위험이 커진 PC·콘솔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짧은 기간에 만들 수 있는 캐주얼 웹게임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실험해 보려는 전략에 가깝다.
1. 10년 전 웹게임을 다시 꺼낸 이유
개발자는 과거 Gunslugs 2를 비롯한 여러 게임의 웹 버전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에는 모바일 중심으로 게임을 개발했고, PC에서도 게임을 실행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Chrome OS와 Firefox OS용 HTML 버전을 만들었다.
하지만 2015년 전후의 웹게임 환경은 지금과 달랐다.
- 브라우저에서 게임을 독립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 픽셀아트 화면을 확대하면 이미지가 흐려지는 문제가 있었다.
- 멀티터치나 게임패드 같은 입력 지원도 제한적이었다.
- Flash가 사라져 가던 과도기였고, HTML5 게임 생태계도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전 프로젝트를 최신 브라우저에서 다시 돌려 보니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
브라우저 자체의 기능이 좋아지면서 작은 해상도의 캔버스를 그대로 렌더링한 뒤 픽셀을 선명하게 유지하면서 확대할 수 있게 되었고, 화면 회전·모바일 브라우저·멀티터치·게임패드 API 등도 훨씬 발전했다.
과거에는 픽셀 하나를 4×4 크기로 미리 키운 에셋을 사용해야 했다면, 이제는 원래 해상도로 렌더링한 뒤 브라우저에서 확대해도 픽셀아트의 선명함을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실제로 그려야 하는 픽셀 수가 줄어 성능 면에서도 유리해졌다.
개발자는 이 오래된 프레임워크를 최신 브라우저 환경에 맞게 손보면서, 다시 웹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 왜 다시 웹게임인가
개발자가 웹게임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의 규모와 기대 수준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Steam과 같은 PC 시장의 이용자들은 게임에 요구하는 것이 많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더라도 해상도 설정, 환경설정, 조작 옵션, PC에 맞는 인터페이스 등이 부족하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포트로 평가받기 쉽다.
반면 웹게임은 훨씬 캐주얼한 소비를 전제로 한다.
개발자는 이를 PC 게임과 웹게임의 차이로 이렇게 설명한다.
PC 게임이 한 끼 식사라면, 웹게임은 중간에 먹는 사탕이나 초콜릿에 가깝다.
웹게임 이용자는 긴 도입부나 복잡한 스토리를 기대하기보다 사이트를 열고 곧바로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잠깐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임이다.
이런 특성은 소규모 개발자에게 몇 가지 장점을 만든다.
- 게임의 범위를 작게 잡을 수 있다.
- 개발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기존 대형 프로젝트에서 만든 그래픽이나 에셋을 재활용할 수 있다.
- 설치 과정 없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 업데이트와 배포가 비교적 간단하다.
- PC뿐 아니라 휴대폰 브라우저에서도 같은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기존 에셋과 단순한 게임 아이디어를 활용한다면 한 달, 경우에 따라 그보다 짧은 기간에도 캐주얼 웹게임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과거 OrangePixel 초창기에 만들었던 단순한 게임들을 다시 제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게임 구조가 이미 명확하기 때문에 새 프로젝트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3. 설치하지 않는 게임이라는 장점
웹게임에는 모바일 앱과도 다른 특성이 있다.
영상에서 개발자는 일부 부모들이 자녀에게 모바일 앱보다 웹게임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다. 게임을 위해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앱을 설치하면 저장 공간을 차지하고, 백그라운드에서 어떤 동작을 하는지 신경 써야 하며, 부모의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 앱 관리 문제도 생긴다. 반면 웹게임은 브라우저에서 열어 잠깐 플레이한 뒤 닫으면 된다.
즉 웹게임의 강점은 단순히 기술적인 편리함이 아니라 게임을 소비하는 마찰 자체가 매우 낮다는 데 있다.
4. 왜 Poki인가
현재 그가 가장 먼저 실험하려는 배포 플랫폼은 Poki다.
개발자는 Poki의 협찬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히면서, 조사해 본 여러 웹게임 플랫폼 가운데 Poki가 가장 큰 사업자 중 하나로 보였기 때문에 우선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회사라는 점도 심리적으로는 친숙하게 느끼는 요소다.
그는 Poki의 신규 게임 테스트·온보딩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게임이 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Poki에 정식으로 노출되고, 그렇지 못하면 입점하지 못할 수 있는 구조로 이해하고 있다.
이 과정은 과거 Steam Greenlight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게이트키핑이기 때문에 완전히 마음에 드는 방식은 아니지만, Poki 외에도 다른 웹게임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실패하면 다른 배포 경로를 검토할 생각이다.
첫 번째 실험작은 기존 Gunslugs 2의 웹 버전이다. 이를 통해 프레임워크를 완성하고 Poki의 제출·검수·배포 과정을 먼저 경험하려 한다.
5. 수익 모델: 광고 매출의 분배
웹게임으로 돈을 버는 방식은 Steam의 유료 판매와 다르다.
개발자가 조사한 Poki 중심의 모델에서는 기본적으로 광고에서 발생한 매출을 플랫폼과 개발자가 나눠 갖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 구조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다.
광고 매출은 일정하지 않다. 어떤 시기에는 광고 단가와 트래픽이 높아 수익이 많이 들어오지만, 다른 시기에는 크게 낮아질 수 있다. 개발자가 판매 가격을 직접 정하는 프리미엄 게임에 비해 수익 예측이 어렵다.
그럼에도 개발 주기가 짧은 게임을 여러 개 만들어 각각이 조금씩 수익을 발생시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작품에 수년을 걸고 큰 성공을 기다리는 대신, 작은 게임 여러 개가 작은 현금흐름을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개발자가 이번 실험에서 확인하려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짧게 만든 웹게임 여러 개가 실제로 의미 있는 추가 수익원을 만들 수 있는가?
6. 웹게임이라고 쉬운 시장은 아니다
웹게임 역시 이미 매우 붐비는 시장이다.
Poki 메인 페이지를 내려 보면 끝없이 많은 게임을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게임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개발자는 다른 웹게임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상당한 수입을 얻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성공이 쉽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즉 시장이 다를 뿐 경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웹게임 전략의 주요 단점
-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 광고 수익 배분에 의존하기 때문에 매출 예측이 어렵다.
- 웹 플랫폼에 맞춘 별도의 게임 설계가 필요하다.
세 번째 문제가 특히 중요하다.
단순히 Steam용 게임을 웹으로 옮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캐주얼 웹게임 이용자의 플레이 방식과 기대 수준에 맞춰 처음부터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Gunslugs 1·2는 원래 웹게임을 목표로 만든 게임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기술 기반과 배포 과정을 검증하는 테스트 작품으로 사용한다. 이후에는 웹 플랫폼 자체에 맞는 게임을 별도로 만들 계획이다.
7. 그렇다고 Steam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영상 제목이나 웹게임 전환이라는 표현만 보면 PC 게임 개발을 그만두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계획은 반대에 가깝다.
개발자는 앞으로도 Steam, 모바일, Nintendo Switch, Atari VCS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에서 더 규모가 큰 게임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게임들이 너무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개발 기간은 길고 제작비가 많이 들며, 출시 이후에는 마케팅까지 해야 한다.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웹게임은 기존 사업을 버리는 대체재가 아니라 대형 프로젝트 사이에서 현금흐름을 보완하는 추가 수익원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8. 개발자가 체감하는 게임 산업의 현실
영상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현재 게임 개발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다.
개발자는 취미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게임 개발이 생업인 사람에게는 지금이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 퍼블리셔는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 개발자는 퍼블리셔와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 직접 자금을 투입해 만든 게임도 개발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 업계의 대규모 해고로 독립 개발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면서 출시되는 게임 수는 더 많아지고 있다.
-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은 더욱 심해진다.
그는 최근 다른 개발자들이 전업 게임 개발을 포기하거나, 다른 회사에서 본업을 하면서 게임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제작하는 사례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게임 개발이 생업인데 지금 시장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은 것에 가깝다.
9. 기존 프로젝트의 성과와 한계
이런 고민은 자신의 최근 게임 성과와도 연결된다.
Gauntlet of Power
영상 촬영 시점 기준으로 그해 초 출시한 Gauntlet of Power는 비교적 괜찮은 성과를 냈고 투자 비용은 거의 회수했다. 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이익을 만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업데이트와 할인, 세일을 반복하고 Switch와 모바일 등 추가 플랫폼으로 출시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버전은 이미 휴대폰에서 실행되는 상태지만, 판매 방식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 한 번 결제하는 프리미엄 방식
- 인앱결제 방식
- 데모를 제공한 뒤 정식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
과거 자신이 모바일 게임을 활발히 출시하던 시기와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한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Regulator City
Regulator City는 영상 시점 기준 그해 후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외부 투자사의 자금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게임이 벌어들이는 수익 중 상당 부분은 먼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개발자에게도 일부 수익이 남겠지만, 이 프로젝트 하나만으로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그는 다음 해를 대비한 별도의 수익 구조를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10. 그의 2025년 계획
영상에서 개발자는 이를 자신의 2025년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1) Regulator City 완성
개인적인 마감은 11월이다. 그때까지 게임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2) Gauntlet of Power 지속 업데이트
현재보다 더 큰 잠재력이 있는 게임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업데이트와 추가 플랫폼 출시를 이어간다.
3) 짧은 캐주얼 웹게임 제작
11월 이후에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웹게임 몇 개를 제작해 실제 수익성을 시험한다.
첫 실험은 Gunslugs 2를 Poki에 제출하는 것이다. 결과를 본 뒤 앞으로 웹게임 개발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할지 판단한다.
4) 대형 게임 프로젝트도 계속한다
Space Grunts 3 역시 일부 개발이 진행된 상태이며 PC와 콘솔을 위한 프로젝트로 계속 유지한다.
즉 전체 전략은 다음과 같다.
대형 프리미엄 게임 개발을 계속하되, 짧은 주기의 웹게임을 추가해 수익원을 다변화한다.
11. 이 전략에서 중요한 점
이 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특정 플랫폼의 우열이 아니다.
개발자는 “Steam보다 Poki가 낫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종류의 게임, 한 플랫폼, 한 번의 큰 출시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구조가 너무 위험해졌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게임과 수익 구조를 실험하는 것이다.
대형 인디게임은 성공하면 큰 수익을 만들 수 있지만 개발 기간과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 반대로 웹게임은 작품 하나의 잠재 수익은 작을 수 있지만 제작 기간이 짧고 여러 개를 빠르게 시험할 수 있다.
결국 그의 전략은 게임 개발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 대형 게임: 높은 제작비, 긴 개발 기간, 높은 기대 수익
- 웹게임: 낮은 제작비, 짧은 개발 기간, 작은 수익을 여러 작품에서 누적
- 멀티플랫폼 출시: 기존 게임의 수명을 늘리고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임
한 작품의 성공 여부에 회사의 생존을 맡기는 대신, 여러 규모와 여러 플랫폼의 게임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위험을 분산하려는 것이다.
핵심 정리
OrangePixel이 오래된 HTML5 게임을 다시 꺼낸 이유는 추억 때문만이 아니다.
브라우저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웹게임을 만들고 배포하기 쉬워졌고, 짧은 기간에 제작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현재의 불안정한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 시도하는 방향은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Steam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Steam 하나만 믿고 버티지 않기 위해 Poki와 웹게임이라는 새로운 수익 축을 시험하는 것이다.
Gunslugs 2의 Poki 출시 실험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이 전략이 일회성 테스트로 끝날지, OrangePixel의 새로운 개발 축으로 자리 잡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