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ki에서 약 4년 동안 13개의 웹 게임을 만든 솔로 개발자 Loïc Roger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은 캐주얼 게임을 어떻게 설계하고 검증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정리했다.
핵심 요약
Loïc Roger의 게임 디자인 철학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Low Effort, High Reward”**다.
플레이어에게 많은 이해력·집중력·반사신경을 요구하기보다, 처음 보는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고 아주 작은 입력에도 큰 만족감을 돌려준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자기 속도와 자기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의 접근법에서 특히 중요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 게임의 목표보다 먼저 **만지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작은 장난감(toy)**을 만든다.
- 그 장난감을 여러 상황에서 직접 가지고 놀며 재미있는 순간을 발견한다.
- 그다음에 규칙과 레벨을 설계해 플레이어가 그 재미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 캐주얼 게임에서는 높은 난도보다 즉시 이해되는 구조와 높은 보상감이 중요하다.
- 원버튼 조작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쉬운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밀한 타이밍과 반사신경을 요구하면 오히려 캐주얼함에서 멀어진다.
- 튜토리얼은 설명문보다 직접 보여주고 따라 하게 만드는 방식이 강력하다.
- 플레이테스트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재미있는가?”보다 **“플레이어가 내가 의도한 경험 자체에 도달하고 있는가?”**다.
- AI는 창작을 대신하게 하기보다, 자신이 더 빠르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1. 가장 잘된 게임은 가장 단순한 게임이었다
Roger는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디자인 경력을 거쳐 모바일 게임 제작을 시작했고, 이후 Poki용 웹 캐주얼 게임을 만드는 솔로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모바일에서 작은 원버튼 게임인 Stickman이 크게 성공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만들기 단순하고 플레이하기 단순한 게임도 많은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 경험 이후 그는 복잡한 시스템보다 하나의 핵심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작은 게임을 만드는 방향에 집중했다.
Poki에서 약 4년 동안 13개의 게임을 만들었는데, 자신의 경험상 가장 성과가 좋았던 게임들은 오히려 가장 단순한 게임들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Bloomy Merge다. 당시 15세였던 아들이 인턴 형태로 함께 작업하며 제안한 게임 디자인을 실제 게임으로 만들었는데, 이 작품이 그의 카탈로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게임이 되었다.
이 게임은 강한 도전이나 복잡한 사건이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다. 한 화면에서 반복적으로 합치고 성장시키는 매우 단순한 구조에 가깝다. 대신 디자인, 애니메이션, 작은 피드백과 이른바 juice에 많은 공을 들였다.
Roger는 이 게임의 매력을 강한 게임플레이보다 일종의 편안하게 만지작거릴 수 있는 장난감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조작 자체가 만족스럽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게임의 규칙보다 먼저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든다
Roger가 가장 좋아하는 개발 단계는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그가 작은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도 전체 구조를 빠르게 바라볼 수 있고, 하나의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실험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의 제작 순서는 일반적인 “목표 → 규칙 → 레벨”보다 다음에 가깝다.
① 먼저 toy를 만든다
게임의 최종 목표나 규칙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하지 않는다.
대신 캐릭터나 물체 하나를 움직여 보는 식으로 그냥 조작하고 상호작용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작은 장난감을 만든다.
② 직접 가지고 놀며 재미를 탐색한다
블록이나 장애물 등 여러 상황을 만들어 그 toy를 계속 시험한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생기는 재미있는 상황, 예상하지 못했던 상호작용, 반복해서 해보고 싶은 행동을 찾는다.
③ 재미의 지도를 만든다
어떤 상황에서 재미가 발생하는지 충분히 발견한 뒤, 그 재미들을 일종의 지도처럼 정리한다.
④ 마지막에 규칙과 진행 구조를 만든다
이제 플레이어가 자신이 발견했던 재미있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게임의 규칙, 레벨, 진행 구조를 설계한다.
Roger는 이 과정을 탐험가에서 가이드로 변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처음에는 개발자가 직접 놀면서 재미있는 장소를 발견하는 탐험가이고, 이후에는 플레이어의 손을 잡고 그 장소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가이드가 된다는 것이다.
3. 캐주얼 게임의 핵심: Low Effort, High Reward
Roger는 캐주얼 게임을 설계할 때 도전 자체를 중심에 두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높은 스킬, 빠른 반사신경, 긴 집중력을 요구하면 그 능력을 가진 사람만 남게 되어 자연스럽게 이용자층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방향은 반대다.
플레이어가 들이는 노력은 작고, 돌아오는 만족감은 크게 만든다.
예를 들어 화면에 농구공과 농구 골대가 있다면 별도의 설명 없이도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짐작한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처음 본 순간부터 행동이 명확해야 한다.
무료 웹게임처럼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는 비용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플레이어가 아직 게임에 애착을 갖기 전에 아주 작은 이해 비용이나 마찰만 생겨도 바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가능한 한 다음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시 알 수 있다.
- 입력 방법이 간단하다.
- 작은 성공에도 큰 시각·청각 피드백이 돌아온다.
- 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집중하기 전에 이미 재미를 느낀다.
Roger가 말하는 Low Effort, High Reward는 바로 이 구조다.
4. 원버튼 게임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조작 버튼이 하나뿐이라고 해서 게임이 반드시 쉽고 캐주얼한 것은 아니다.
버튼이 하나여도 정확한 타이밍, 반사신경, 정밀한 입력을 계속 요구한다면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할 수 있다.
Roger는 캐주얼 게임이라면 가능하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속도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동안 캐릭터가 매달려 있거나, 점프를 충전한 뒤 원하는 순간에 손을 떼는 구조라면 플레이어는 필요할 때 멈춰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끊임없이 정확한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게임은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그는 이를 플레이어의 에너지 게이지로 생각한다.
- 보상, 만족스러운 피드백, 성공 경험은 게이지를 채운다.
- 집중, 판단, 타이밍, 규칙 이해는 게이지를 소모한다.
좋은 캐주얼 게임은 플레이하는 동안 채워지는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에너지보다 많아야 한다.
5. 플레이어가 자기 방식대로 놀 수 있게 하라
단순한 게임에서도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다.
Roger가 만든 슬라임 게임은 버튼을 누르면 점프가 충전되고 손을 떼면 캐릭터가 뛰는 매우 단순한 구조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가까운 안전한 플랫폼을 하나씩 밟으며 갈 수도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한 번에 먼 곳을 노릴 수도 있다.
조작법은 하나지만 플레이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Roger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계속 “정답/오답”만 요구하는가, 아니면 플레이어가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가이다.
스스로 계획한 방법이 성공했을 때 플레이어는 단순히 게임을 클리어했다는 느낌을 넘어 내가 이 게임을 이해했고 잘 해냈다는 감각을 얻는다.
때로는 디자이너가 예상한 해결법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거나, 숨겨진 지름길을 발견했다고 느끼는 경험도 강력한 즐거움이 된다.
6. Juice는 플레이어뿐 아니라 개발자의 동력도 만든다
게임 디자인에서는 종종 비주얼 효과나 애니메이션, 사운드를 너무 일찍 넣으면 구조적 문제를 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Roger 역시 이 위험을 인정한다. 재미없는 핵심 메커니즘을 화려한 효과로 포장하면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비교적 이른 단계부터 일정 수준의 juice를 넣는다.
이유는 개발자의 에너지 관리 때문이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끝까지 완성하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처음 느꼈던 신선함과 흥분은 줄어든다. 이때 애니메이션, 사운드, squash & stretch 같은 새로운 피드백을 조금씩 추가하면 게임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주고 개발자의 동기 역시 회복된다.
그래서 그는 모든 효과를 한꺼번에 써버리기보다 프로젝트 중간중간 자신을 다시 자극할 수 있도록 몇 가지 ‘juice 카드’를 남겨둔다.
7. 튜토리얼보다 먼저 확인할 것: 플레이어가 같은 게임을 보고 있는가
플레이테스트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질문은 단순히 “재미있나요?”가 아니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다음이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개발자가 의도한 방식의 경험을 하고 있는가?
개발자는 게임의 규칙과 의도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옆에서 설명하지 않았을 때 플레이어가 무엇을 이해하는지 쉽게 착각한다.
Roger의 경험상 초기 버전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신이 의도한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재미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레벨 디자인, 오브젝트의 강조 방식, 애니메이션, 시각적 힌트 등을 조정해 플레이어가 의도한 행동에 도달하도록 만든다.
8. 가장 효과적이었던 튜토리얼은 ‘설명’이 아니라 ‘모방’이었다
Roger가 13개 게임을 만들며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낀 튜토리얼 방식은 mimicry, 즉 따라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긴 텍스트를 읽게 하는 대신 가상의 손가락이나 마우스 커서를 보여준다.
그 가상의 플레이어가 실제로 버튼을 누르고, 공을 움직이고, 목표 지점까지 보내는 모습을 반투명한 형태로 보여주면 실제 플레이어가 그대로 따라 한다.
필요하다면 방향과 힘을 보여주는 화살표 같은 피드백도 함께 사용한다.
이 방식은 과거 아케이드 게임의 attract mode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케이드 게임은 아무도 플레이하지 않을 때 실제 게임 장면이나 조작 방법을 화면에 보여주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 게임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oger는 자신의 게임에서도 결국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행동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강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첫 번째 튜토리얼이 완벽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실제 플레이테스트를 관찰한 뒤 필요한 정보만 조금씩 추가하며 반복해서 수정한다.
9. 아이디어는 거대한 발명보다 ‘좋아했던 경험의 추출’에서 나온다
그는 아이디어를 특별한 영감의 순간에서만 찾지 않는다.
평소 계속 게임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찾다 보면 사물을 보면서 게임 메커니즘과 연결하는 일종의 연상 근육이 생긴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은 과거 좋아했던 큰 게임 전체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이 특히 좋아했던 아주 작은 메커니즘 하나만 추출하는 것이다.
그다음 현재의 입력 방식과 이용자에게 맞도록 다시 단순화한다.
즉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에 가깝다.
- 과거 재미있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 그 경험의 핵심이 된 작은 상호작용 하나를 찾는다.
- 나머지를 과감히 버린다.
- 모바일·웹 환경에 맞게 조작을 다시 만든다.
- 누구나 즉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을 높인다.
중요한 것은 원작의 복잡성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했던 감각의 본질을 보존하는 것이다.
10. AI는 창작자가 아니라 ‘창작 도구를 만드는 도구’로 쓴다
Roger는 AI를 게임의 그래픽 에셋이나 음악을 직접 만들게 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자신의 게임 제작 도구와 자체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활용한다.
그는 기술적 배경이 아주 강한 개발자는 아니지만, AI를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전용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 안에서 그림과 음악 등 실제 창작은 직접 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AI가 자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AI를 통해 더 빠르게 작업하고, 이전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기능을 구현하고, 자신의 창작 프로세스에 맞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AI의 역할을 창작의 대체자보다 창작 능력의 확장기에 가깝게 본다.
실전 체크리스트
작은 캐주얼 게임을 설계할 때 다음 질문으로 압축해볼 수 있다.
- 첫 화면만 보고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가?
- 규칙이 없어도 핵심 오브젝트를 만지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가?
- 플레이어가 들이는 노력보다 돌아오는 보상이 더 큰가?
- 단순한 입력 뒤에 과도한 타이밍·정밀도·집중력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 플레이어가 자신의 속도로 멈추고 생각하며 진행할 수 있는가?
- 하나의 정답만 강요하지 않고 자기 방식의 플레이를 허용하는가?
- 튜토리얼을 읽히기보다 실제 행동을 보여줄 수 있는가?
- 플레이테스트에서 플레이어가 내가 의도한 경험에 실제로 도달하는지 확인했는가?
- juice가 핵심 디자인 문제를 가리는 장식이 아니라 보상감과 동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때 큰 게임 전체가 아니라 내가 좋아했던 작은 경험 하나만 추출할 수 있는가?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Loïc Roger의 방식은 게임을 복잡하게 설계한 뒤 쉽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명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한 상호작용을 만들고 그 작은 행동에 최대한 큰 만족을 돌려주는 것이다.
캐주얼 게임의 단순함은 기능이 적다는 뜻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재미에 도달하기까지 치러야 하는 비용을 줄이는 설계에 가깝다.